개발/우당탕탕 대모험

안녕, 우아한형제들

호돌맨 2019. 12. 15. 19:37

다 떨어졌다.

회사는 점점 기울고 있었다.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개발자고 뭐를 떠나서 한 명의 직원으로서 따져봐도 원하는 일과는 괴리감이 컸다.
기술 스택은 php, python, PostgreSQL이었다. 이직할만한 회사가 많지 않았다. 로켓펀치라는 스타트업 채용 사이트를 중점적으로 검색했지만 java 개발자를 많이 뽑고 있었다. python을 사용할만한 회사는 모두 써봤다. 서버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개발도 잘할 자신 있었다. 일단 면접까지 기회만 주면 잘할 수 있을 텐데 코딩 테스트조차 쉽지 않았다.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 부셔버리고 싶었다. 이곳저곳 포함하면 떨어진 곳은 모두 열 곳이 넘었다.

몇 년 동안 근무하며 피드백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지나가는 말로도 들어본적이 없다. 이 좁은 회사에서 피드백이 없으니 자신감이 점점 우물 안에 갇히게 됐다. 이게 옳은 방향인가? 다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두려움이 커졌다. 카카오, 네이버.. 그들의 세상이 궁금했다. 이 시간에도 좋은 개발 문화, 복지, 연봉에 훌륭한 개발자들과 기술 탐험. 부러웠지만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어쩌면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 무서웠다. 더 이상 개발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친한 친구넘이 가락시장에서 과일 도매업 하는게 생각났다. 한 자리를 알아봐 줄 수 있는지 물어봤고 친구는 흔쾌히 좋다고 얘기했다.
기왕 전직하는거 마지막으로 배달의민족에 이력서 내보고 떨어지면 다시 연락 주겠다고 했다.

회사 내에서 정신적 지주였던 멘토 개발자분이 우아한형제들로 먼저 이직하셨다. 우아한형제들은 좋은 회사다. 좋은 개발자들도 슬슬 몰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을 java로 전환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프링 경력이 반드시 있어야 될 거라 생각했다. 내 기술 스택과 큰 차이가 있었다. 어차피 떨어질 거 정말 가보고 싶은 회사에 찔러봤다.
우아한형제들은 개발자 추천 제도가 있다. 멘토 개발자에게 추천을 부탁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분은 수습기간 중 이셨고 한 편으로는 내 실력에 민폐라고 생각했다. 일반 서류 전형으로 지원했다.

2005년쯤 방영했던 드라마 신입사원이 생각났다. 불합격 처리된 이력서가 채용 담당자 발에 치여 합격자 분류함에 들어가고 시스템 오류로 필기평가는 만점으로 기록된다.
내 이력서도 그랬을 거다. 우아한형제들이 이상한 건지 하늘이 도왔는지 서류에 합격했고 1차 면접을 보러 갔다. 당시 우아한형제들은 석촌호수 앞에 있었다. 12층 면접실에서 바라보는 롯데월드 어드벤처가 장관이었다. 그리고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렸을 때 입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ㅎㅎ

그냥 생각나는것들

2016년 7월 입사

입사하기 한달 전부터 사내에서는 지옥자바라는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었다. JPA 프로그래밍 저자이신 김영한님께서 주도하셨다. 자바(의 정석)를 시작으로 Servlet을 거쳐 Spring Framework, JPA까지 배우며 자신의 코드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커리큘럼 이었다. 입사 전 부터 자바의정석 1권을 읽으며 입사 후 스터디 진도를 따라 잡을 수 있는 준비를 했다.
같은 팀원으로 김영한님을 만난건 큰 행운이었다. 어쩌면 개발자로서 두번재 유년기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2016년 12월

구글 검색결과 독점이 범죄라면 이 사람은 무기징역이다. 이동욱 님께서 우리 팀에 입사하셨다. 내가 1주일 간 멘토를 맡기로 했다. 그런데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동욱님 입사 다음 날 결제 테이블이 DROP 되는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복구 및 여파로 1주일이 어영부영 지나갔다. 옆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동욱님이 생각난다. (나중에 알고 보니 html table이 삭제된줄 아셨다고..) 최근에는 스프링 부트와 AWS로 혼자 구현하는 웹 서비스라는 책을 내셨다.

DB장애와 동욱님 입사로 우리팀은 여러모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퇴사하는 순간까지 개발자로 많은 부분을 배웠으며 성장 동력이 되어준 분이라고 생각한다.

송년회 때 전 사원이 보는 앞에서 랩을 했다. (

흑흑 피플팀 연락만 피했어도..

) 약 7명이서 4주 정도 준비했다. 나 때문에 말아 먹을까 봐.. 엄청 연습했던 기억이..

2017년 상반기

외주 legacy 프로젝트를 전면 개편했다. 점진적 개선보다 Bigbang 전환을 택한 이유는 ... 토가 나와서 생략한다.

2017년 하반기

펌뱅킹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배달의민족 업주분들에게 사용되는 시스템이다. 천문학적 금액을 다루기 때문에 버그로 인해 지급이 안되거나 두 번 되는 사태를 막기위해 방어코드, 테스트를 꼼꼼히 했던 기억이 있다.

2018년 상반기

권용근(킹뽀대)님이 같은 팀으로 입사했다. 오자마자 빌링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개선하셨다. 특히 파티셔닝 도입은 이 분이 없었으면 못했을것 같다. 개발자에게 연차가 얼마나 무의미할 수 있는지 깨닫게 해준 분이다.
이렇게 잘 하시는분이 내 근처에 있으면 안되는데..

아무튼 안됨!!!

포인트 시스템을 ASP, 프로시저 기반에서 SpringBoot + MySQL + JPA, SQS등 기반으로 개편했다. 동욱님이 주도적으로 설계하셨는데 결과가 잘 나와서 정말 좋았다.

2018년 하반기

11월 30일 금요일. 교통사고로 죽을뻔 했다. 개발용 노트북이 부셔졌다. 전 날 git push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1 추돌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교통사고 사실 확인서를 확인해보니 3중 추돌이었다. (기억 삭제됨..)

업주분들에게 카드 수수료를 할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나의 코드가 업주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는걸 제일 실감한 프로젝트다. (코드 퀄리티는 제일 바닥이었다.) 관련 뉴스

2019년

배민페이 2.0을 진행했다. 11월 오픈했고 현재 서비스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에서 결제시 배민페이!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기술 블로그

우아한형제들에 근무하며 기술 블로그에 3개의 글을 올렸다. 마지막에 올린 주제는 결팀소: 결제시스템 팀을 소개합니다. 기술적인 이야기보다 ‘우리팀에 오면 개발자로서 어떤 하루를 보낼까?’라는 주제로 작성했는데.. 생각보다 잘 들어나지 않아 아쉽다. ㅎㅎ

앞으로

앞으로 더 다이내믹한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한 두 달 정도 쉬고 좋은 회사로 이직하려 합니다.
우아한형제들은 29살(에서 32살 까지) 나이에 개발자로서 일 할 수 있는 최고의 회사였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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